높은산 정상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산고양이들의 삶

여행 이야기

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- 2

좌불상 2019. 1. 18. 14:31

참 다행이다.

 

일단은 혹시 어데 다치시지 않았냐고 걱정 스러운 말로 물어 보았다.

나 참 예의 바르다.

 

하루 종일 기다리고서도 이정도 예의를 갖춘다면 이건 사람아 아니라 치매걸린

신 이다.

 

나 :

아침부터 전화를 기다렸는데 전화가 않와서 무슨 일 있나 하고 걱정 많이 했습니다.

어떻게 된 일인가요?

무슨 일 있는 건가요?

 

가이드:

아뇨.

아무일 없는데요?

 

나:

아..네 다행 이네요.

그런데 어제 제가 오늘 한다는 옵션 때문에 전화가 안와서요.

 

가이드:

아 ..옵션요?

다이빙이 예약이 다 차 있어서 오늘 않된다고 하던데요.

 

나:

그럼 언제 할수 있나요?

 

가이드:

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서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.

 

나:

속으로는 열불 터지지만 애써 참고 말한다.

아...예

내일은 꼭 좀 하게 해 주세요.

 

가이드:

네 알겠습니다.

 

나 :

꼭 전화 주세요.

 

가이드:

예....

 

참 친절한 가이드다.

 

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나는 모르지만 여튼 나를 위해 최선을 다 해 주시려는

모습인 것 같아 그나마 다행 이라고 생각한다.

 

이미 날은 어두워 지고 배도 고프다.

저녁은 어데서 먹어야 하나?

 

호텔 레스토랑 가서 기웃 거려 본다.

 

아닌척 하면서 슬금슬금 곁 눈질로 가격표도 쳐다 본다.

비러머글...저녁 한 끼가 30-60 불이다.

 

내가 먹을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다.

내가 생각 한 바로는 최대 20불 이하를 원했던 것이다.

 

할 수 없이 낮에 보았던 수영장 바로 향했다.

낮에 어슬렁 거리면서 보았던 가격대가 내가 생각한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.

 

바의 스탠드에 앉았다.

메뉴판을 달라고 했다.

잽싸게 가격이 낮은 것 부터 훓터 보았다.

 

환장 하겠다.

여기서도 저녁 거리는 30불 이상이고 맥주 한병이 9-12불 이다.

난 어떻하라고...

 

쪽팔리게 그냥 나올수도 없다.

여기서 그냥 일어나면 난 이 호텔에서 귀가 할 때 까지 난 쪽팔림의 대명사가

될 것 같았다.

 

그래서 힘차게 시켰다.

 

플리즈~~기브 ~미~비어~~원~~버틀~~~

 

그게 그날 나의 저녁이 되었다.

수영장 물을 마실수도 없지 않는가.

 

하루종일 방 냉장고에 있는 서비스 물병 두 개를 비웠으니 말이다.

이럴줄 알았으면 아침이나 많이 먹어둘껄....

 

그렇게 먼 이국땅에서의 하루가 흘러갔다.

 

방에서 커텐을 치고 밖을 내다본다.

비가 내린다.

슬프다.

마음이 쨘하다.

집에 있었으면 마누라가 나 좋아하는 맥주와 안주를 실컷 주었을텐데...

 

 

갑자기 마누라 말이 생각 난다.

 

그 여행갈 돈으로 집에 있으면 내가 여행 다녀오는 기간 동안 먹고 싶은 맥주를

따블로 사 주고 내가 제일로 좋아 하는 생선회를 맨날 시켜준다고...

 

마누라 말을 들을 걸 그랬나 보다.

갑자기 마음이 울컥 해 진다.

 

그렇지만 오늘 보다는 내일에 희망을 걸고 마음을 추스린다.

까짓껏 하루 정도 야 뭐...

내일부터 신나게 놀면 되지 뭐....

 

여전히 이국 땅에서 밝은 아침은 다가온다.

 

오늘은 ....하면서 아직 문도 열지 않은 레스토랑 앞에서 기웃 거린다.

배가 고파 봐라.

누구든지 그런다......ㅜㅜ

 

아침으로 포만감을 얻은 나는 또 방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기다린다.

나 귀가 할때 쯤 이면 전화기가 다 닳아 버리겠다.

 

해는 점점 중천으로 올라간다.

 

창 문 밖으로 보이는 로비 앞에는 오늘도 여전히 여러 가이드 분들과 차량들이

분주히 오간다.

 

나도 전화가 오겠지.

다이빙 하러 가자고 전화가 오겠지.

오겠지....오겠지...올꺼야.....온다니까....

 

이러다가 난 오늘도 점심을 굶었다.

 

이거 전화줄이 빠졌나 하고 확인도 해 보고 수화기 들고 신호음이 들리는지

인도 해 보았지만 전화기는 노 프라블름 이다.

 

슬슬 열이 뻗친다.

가이드 한테 전화를 해 보았다.

마침 점심 시간 이라서 그런지 전화를 받는다.

 

나:

어떻게 된거에요?

오늘 다이빙 하기로 한거요?

 

가이드:

아..예

오늘도 예약이 다 차서 스케쥴을 못 잡는대요.

 

나 :

그럼 어떻게 해요?

 

가이드:

내일 되는지 다시 한번 확인 해 봐야죠.

 

나:

그럼 저는 오늘은 또 뭐한대요?

 

가이드:

그냥 쉬여야지 방법이 없네요.

 

나 :

아..예

할수 없죠 뭐.

그럼 내일 이라도 잡히면 연락 주세요.

 

가이드 :

네...

(대답 참 잘한다.)

 


여기서 뭔가를 느끼기 시작 했다.

이건 아니다 싶었다.

뭔가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 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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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기에서 퀴즈 하나....

 

저는 왜 이렇게 되었을 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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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 그럼 내 자신이 하는데 까지 해 보자.

열 받은 상태니 점심은 생각도 않난다.

 

밖으로 나갔다.

 

어제 하루종일 호텔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보니 15분쯤 걸어가면 저쪽 구석

항구에 무슨 정자 같은 건물이 있는데 그 앞이 항구 이고 배가 있는 것을 보니

무슨 옵션을 하는 가게 인 것 같았다.

 

부지런히 걸어서 갔다.

이젠 시간과의 싸움이다.

여행 일정 중 에 반이 지나간다.

 

도착하여 대충 보니 해양스포를 하는 회사 이다.

일단은 토막 영어로 물어 본다.

가격은 다 공시 되어 있다.

 

다이빙을 하고 싶은데요?

 

아..그래요?

 

그럼 지금 예약을 하시고 내일 시간에 맞춰 나오세요.

 

그게 아니고 ..그게 아니고......토박 영어...토막영어.....ㅜㅜㅜㅜ

 

내 영어 실력이 그동안 이거 였어?....뼈 저리다....저리기보다 깍인다...

부러진다....ㅜㅜㅜ

 

(그 사람들 : 아니긴 개뿔 뭐가 아니란 거여?)

 

나우..나우.....아우....미치겠다....아이엠 츄라이 디이빙.....

 

우여곡절 이다.

다른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.

말이 않되니 땅에 그림을 그린다.

시간을 쓰고 온갖 몸짓 발짓을 다 한다.

 

여튼 지금은 힘든데 한번 알아 본단다.

무전를 친다.

아마도 다이버 한테 하는 것 같다.

5분 정도 뭐라 하더니 지금 하러 가잖다.

 

앗싸라 비아.....따라 나선다.

보트를 타고 달린다.

10여분을 달리더니 작은 섬에 도착 한다.

 

우와...관광객들 무지 많다.

점심들을 먹는다.

바비큐 냄새가 내 코를 찌른다.

저 먹고 남은 뼈다귀 하나만 주지.....ㅜㅜ

 

그렇지만 먹을 시간이 없다.

다이빙 입수 하자고 한다.

오케이 하고 따라 들어간다.

 

바닷 속 물고기가 보이긴 보이는데 그저 그렇다.

아직도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.

 

일단 한번을 하고 나와서 30분 쉬고 두 번째 하자고 한다.

잠시 밖으로 나와서 점심 좀 먹자고 했더니 관광객들 점심 먹는데로 데려간다.

점심값이 25불 이란다.

 

어쩔수 없다.

먹어야 산다.

 

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누가 인사한다.....


그래서 여기에서 누가 나를 아는척 하는거지?


하고 돌아보니...


헉~~





다음 편에....